미국 제약/바이오 취업
미국에서 취업 관련해서 보통 많이 쓰는 웹사이트/앱이 Indeed, LinkedIn, Glassdoor인 것 같은데, 잠깐만 찾아봐도 가장 구직이 활발한 분야가 바이오와 소프트웨어/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냥 아무 조건도 입력 안한채로 검색하면 보통 제약회사나 소프트웨어/데이터 사이언스 쪽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보임 - 뇌피셜). 내가 방금 찾아봐도 5개 중 4개가 제약회사 잡 포스팅이다 (아래 이미지). 나도 바이오/제약쪽이니까 오늘은 여기에 관해 써보려고 한다.
기존 합성약품 시장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백신/바이오로직스분야가 크게 성장해왔기에 채용도 더 많아지고 있다. 잡마켓에 crisis가 온 코로나 이후에도 우리회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해왔다.
내가 한국을 가지 않은 이유 중의 첫째는 한국의 바이오 잡마켓이 놀랄정도로 작아서였고, 둘째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큰 회사들도 무경력의 고학력자를 선호하지 않아서였다. 물론 프레쉬 박사를 경력직으로 고려한다고 적혀는 있지만, 최소한 내가 해당 회사에 다니는 지인들한테 물었을때는 "선호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미국의 회사들은 생각하는게 조금 다르다. 미국은 땅이 넓다. 다른 먼 도시에서 오는 경력직을 채용하려면 그 배우자의 relocation도 고려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배우자의 자리까지 확보해주는 것은 보통 어렵기 때문에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막상 채용이 되더라도, 가족과 관련된 이유로 금방 떠날 수 있는 확률이 크다. 근데 갓 졸업한 프레쉬박사들은 대개 싱글이고, 와서 결혼까지 하면 자리잡고 오래 일할 확률이 높다. 물론 지역내에서 이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실 내가 있는 보스턴은 거의 대부분의 대형 제약사들이 있는 곳이라 (특히 바이오로직스쪽), 보스턴지역 내에서 혹은 넓게는 동부 뉴저지/뉴욕쪽까지 이직이 아주 활발하다. 아무튼 미국의 제약회사들은 (특히 R&D) 프레쉬 박사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고, 특히 샌프란시스코/LA/샌디에고로 대표되는 서부와 보스턴/뉴욕/뉴저지로 연결되는 동부에 크게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제약회사의 박사급은 초봉 임금은 대개 110,000 - 130,000 달러정도인 것 같다. 지역마다 다른데, 샌프란시스코쪽이 조금 비싼 것 같고 (렌트가 비싸서), 다른 곳은 비슷비슷해 보인다. 아래 이미지는 극히 일부의 회사들의 Senior Scientist 연봉정보이다 (연봉정보가 25,000개가 넘어가서 일부만 캡쳐). 보통 박사급은 Senior Scientist로 시작하는데, 회사마다 직급이 다를수는 있다.
그럼 학부를 갓 졸업한 신입 연봉은 얼마정도 될까? 학부 신입은 보통 Associate Scientist 직급으로 시작하는데, 보스턴지역에서의 평균 임금이 73,000 달러니까 하나은행에서 환전하시면 신입이 8천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나는 한국 학부 신입/박사 신입 연봉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제약회사 취업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도 잘 모르고. 근데 미국취업과정은 정말 혹독하다. 서류전형이라는 바늘 구멍을 통과하면 30분 전화면접을 보고, 운이 좋아서 마지막 온사이트 면접을 가면 하루종일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된다. 오전 9시부터 1시간동안 내 박사연구에 대해서 세미나했고,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30분짜리 면접을 모든 팀원들이랑 한명씩 돌아가면서 했었다.
입사를 하고 느낀것 중의 하나는 나처럼 외국인 노동자(인도, 중국)가 회사에 정말 많다. 그 중 내가 관심있게 본 그룹은 각자의 나라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2년 과정의 석사를 통해 취직에 성공한 분들이다. 사실 석사라기 보다는 학비만 내면 수료할 수 있는 2년짜리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게 더 적절할 듯 하다. 내가 전체 제약회사들을 일반화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우리회사를 기준으로 보면 석사/박사를 어디서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는 내가 석사/박사때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의 공부/연구를 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앞서 말한 2년짜리 프로그램은 제약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모아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고, 6개월짜리 Co-op (보통 장기 인턴을 말함)도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취업하기엔 그냥 안성맞춤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원어민 수준의 영어가 필수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 제약쪽은 fast-paced industry라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한국은 제약분야의 취업시장이 매우 좁아보인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하더라고 평균 연봉은 제약회사의 업무 강도를 생각했을때 쉽게 납득하기는 어려운 숫자다. 나는 한국에서 학부-석사를 했으니 한국 학생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있고 개인적으로는 미국에 나와도 충분한 경쟁이 될거라고 생각하는데, 왜 인도나 중국인들처럼 미국으로 눈을 돌리지는 않을까?
2021년 3월 27일 에반스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