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취업

인사이동 (Internal Move)

by 보수동과학자 2021. 10. 13.

지난달 9월 초에 Regulatory filing을 지원하는 팀에서 Manufacturing Science &Technology (MSAT) 팀으로 다시 이동하게 되었다. 이번 인사 발령의 가장 큰 이유는 MSAT 내에서 회사의 주력 약품인 Skyrizi의 생산을 지원하던 전임자가 다른 회사(4노피)로 이직을 했기 때문이다. 두 팀 디렉터와 VP가 의논해 MSAT 팀원 중 regulatory filing으로 이동을 원했던 한명과 나를 스왑하는 인사이동을 기획했고, 지난 달 초에 발령이 났다. 나는 엄밀히 말해서 양쪽 팀 일을 모두 하고 있었는데, MSAT에서는 매니징 역할도 맡을 수 있기에 군말없이 받아들였다. 사실 올해 초부터 매니저 포지션에 관심이 있었는데, regulatory filing 팀은 경력이 오래된 분들이 대부분이라 내가 매니저 레벨까지 올라가려면 한참 걸리는 구조였다. 반면 MSAT은 associate level scientist들이 많아 내 직급에서도 매니저 롤을 할 수 있는 팀 구조였고, 이번 이동으로 나도 2명의 associate scientist로 된 팀을 이끌게 되었다.

새로운 팀에 오고나서 정신없이 한달이 훌쩍 지났는데 최근에 팀 디렉터와 미팅을 하면서 지난 7월부터 매달 한명씩 MSAT 팀을 떠났다는 걸 알게되었다. 이유는 승진과 연봉인상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미국 대형제약사들의 Science & Technology (S&T) 부서는 (현재 내가 속한사업부) 박사학위를 크게 쳐준다. 예를 들어 Senior Scientist 포지션은 대개 박사학위 소지자의 경우 회사경력을 요구하지 않지만 석사나 학사의 경우엔 각각 석사+8년 혹은 학사+10년을 요구한다. 승진시에도 마찬가지인데, 학사 졸업후 Associate Scientist로 들어와 Senior Scientist로 올라가는데는 대개 10년 가까이 걸리니 박사학위를 얼마나 더 쳐주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떠난 팀원들 모두가 박사학위가 없는 분들이었는데, 떠나기로 결심하기 전 이미 팀 디렉터에게 승진/연봉 상승 요구를 거절당한 상태였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그만둔 팀원들이 사직서를 내니까 그때서야 연봉인상을 해줄 수 있다고 했다는데, 마음을 돌리기엔 너무 늦은 액션이 아닌가싶다.

사실 이직을 고려하는 것은 박사 학위여부에 상관없이 승진혹은 더 나은 처우를 위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보스턴/메사추세츠의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직원들을 잡으려고 연봉조정을 하고 retention 보너스 (회사를 떠나지 않는 조건으로 주는 보너스)를 제공한다. 우리 부서도 최근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액션을 취하기 시작했다. 물론 승진/연봉과는 별개로 다른 분야/기술을 배워 본인 경력의 스펙트럼을 높이기 위해 이직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러 팀의 디렉터들과 일하면서 느끼는 것은 커리어 초기에 다양한 분야에 최대한 많이 노출되어 경험을 쌓는 것이 디렉터 레벨 이후를 생각했을 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경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comfort zone에서만 계속 머물러 온 사람과 자신의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온 사람의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것은 나같은 초짜도 말할 수 있다. 이번 인사이동을 통해 새로운 역할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지만 한 켠으로는 유전자 치료나 세포 치료와 같은 emerging field에 뛰어들어봐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너무 늦기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